순리자로서 다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여기까지만 볼까? 아니다 그래도 뭔가 있겠지 하면서 꾸역꾸역 다 읽었다. 읽는 내내 불편하고 거부감이 들었다. 저자가 사람들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똑똑하다는 것은 알겠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와있고 리뷰들도 너무 좋다. 하지만 이 책은 올해 내가 읽은 것 중에 최악의 책이다. 내가 이상한 걸까?
다수의 좋은 리뷰들을 봤을 때 내 의견이 소수이니 이상한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본인의 주장에 거부감, 불편감을 느낀다면 '순리자'라고 한다. 저자 자청이 말하는 순리자란 대부분의 사람들을 지칭하며 원시적인 본능에 따르는 사람, 자의식이 있는 사람, 정체성이 안 좋은 사람,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 돈이 필요 없다고 자위하는 사람, 유전자 오작동을 일으키는 사람, 책을 안 보는 사람, 수동적이며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을 뜻한다. 에이, 설마 대부분의 사람들을 저렇다고 했겠어? 싶겠지만 저 표현들은 다 이 책에서 나왔고 '부'로서 성공하지 못한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게 맞다.(부의 추월차선에 나오는 서행 차선을 타거나 길에서 벗어난 사람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난하고, 불행하다." - 자청
저자의 태도에 헛웃음이 나온다. 자청은 어떻게 이런 오만한 글을 쓰게 됐을까. 사람들은 왜 그의 글에 열광할까.
내가 보는 이상한 점들
ㅇ 자기계발서를 좀 본 사람들은 그의 주장들이 단어를 교묘하게 바꾼 다른 유명 자기계발서 짜깁기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특별할 것이 없다).
ㅇ 중간 중간 굵은 글씨로 들어있는 맛없는 예시들과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은 책 분량 채우기로만 보이고, 책 읽기와 글쓰기를 계속해왔다는 저자의 주장에 비해 매끄럽지 않고 허술한 느낌이 많이 든다.
ㅇ 저자의 논리는 허점이 많다. '내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당신들도 이렇게 하면 성공할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니 이렇더라. 이렇게 하는 게 성공하는 방법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렇게'했다가 실패한 수많은 사례들은 없다.
ㅇ 그 외 '부'를 갖지 못한 순리자들에 대한 비하. 그의 삶이자 부자들의 행보만이 정답이라 말하는 건방진 태도.
자청은 지금 시대에 어떻게 하면 돈을 왕창 벌 수 있는지 알고 있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이렇게 그의 책을 비판하면서도 결국 그의 주머니에 돈을 채워준 독자 중 하나다). 그의 오만함은 자본주의가 만든 것이며 곧 사람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부'를 향한 자기계발에 얼마나 돈을 쓰는지 알고 있을 것이며 그게 자기계발서 짜깁기로 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또 '순리자'를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그로를 끄는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거다(지금쯤 왜 좋은 평만 가득한지 저자도 의문이 들지 않을까?).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본인과 친구들, 가족들 등을 싸잡아 '순리자'로 비하해버리는 것을 보고도 '부'로 성공한 사람의 말이니까 '자청 말이 맞지. 내가 틀렸네.'라고 해버린다. 욕망에 눈이 멀어 허술한 논리에도 '오! 대단해 역시 부자들은 달라.'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겐 부자들은 오만해도 되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곤 자청처럼 안된다고 자책하고 좌절한다.
"경제적 자유에 이르는 전략은 결국 2가지로 귀결된다. 첫 번째는 사업, 두 번째는 투자." - 자청
수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하고 투자를 한다. 누구는 부를 얻고 누구는 잃는다. 누구는 한 번에 성공할 수도 있고 누구는 열 번을 실패할 수도 있다. 또 누구는 사업과 투자를 안 할 수도 있다. 사는 방식은 인구수만큼 있다. 자의식을 해체하지 않아도 되고, 정체성에는 좋고 나쁨이 없으며, 유전자 오작동을 일으키며 인생의 시트콤 같은 상황을 즐길 수도 있다. 순리자들의 쳇바퀴 같은 삶에도 행복이 있다. 사회의 부품으로 살아간다 해도 부품도 행복할 수 있다.
자청 그는 정답이 아니다.
그가 나보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그게 옳거나 바른 길인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길이 있고 존중할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로서 행복할 자신이 있다. 이 글을 읽는 자청이 아닌 당신도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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